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훠어이 훠어이, 영월 서강과 동강이 힘차다

훠어이 훠어이, 영월 서강과 동강이 힘차다

 

 

강마을마다 사람이 살고 이야기가 있다. 영월의 산그늘 아래 힘차게 흐르는 강물은 강건하고 힘이 차서 좋다. 첩첩의 산중을 돌고 돌아 영월의 산하를 흐르는 서강과 동강이 그러하다. 새벽 물안개가 걷히기 전 단종유배지로 잘 알려진 청령포를 잠시 둘러보고,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과 옛 시절의 뗏목이 흐르던 서강의 물길을 잠시 바라본다. 서강의 줄기를 따라 김삿갓이 어린 시절 뛰어놀았다는 김삿갓 마을로 길을 잡으면, 동강의 물길이 이어진다. 그 강가에 서니, 저어기 멀리 옛 시절 강을 저어가던 뗏목꾼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바람 같은 소리에 큰 비가 한줄기라도 내린다면 저 강은 다시 굽이치며 흘러갈 것이다. 훠어이 훠어이 하아. 훠어이 허어이 허어 하아. 영월 서강과 동강의 물길을 따라 강과 사람의 역사는 흐른다.

 

강원 영월의 산하는 첩첩산중이어서 사람의 발길이 뜸했던 막막한 산하였다. 그나마 예전에는 젊어 죽임을 당한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가 애상(愛想)의 자리로 각인되어 드문드문 사람의 발길이 머물렀고, 근래에 들어서는 한반도 모양을 꼭 빼어 닮은 선암마을의 이야기와 여름 동강의 강건한 물줄기가 영월을 대표하는 이름자가 되었다. 청년처럼 자유로 굽이치는 영월의 여름강을 만끽하러 가는 여행이다.

 

  

영월의 여름강(사진=이강)

 

                           

새벽의 청령포 돌아 선암마을까지

 

아침 햇귀가 오르는 영월의 강은 아스라한데, 그중 단종 임금의 애환이 깃든 청령포는 더욱 애상이 깊다. 첩첩산중의 강 건너 외딴 숲에 자리한 어린 임금의 유배지는 오래도록 가슴에 각인된 사연 때문에 더욱 애처롭게 여겨지는 것이다. 깊은 숲에 들어앉은 조촐한 삶의 풍경은 떠나간 이에 대한 지극한 그리움일 것이다.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한반도 지형으로 잘 알려진 선암마을로 발길을 돌린다.

 

선암마을은 영월 시가지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인 한반도면 옹정리 서강변에 자리하고 있다. 송림으로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약 600m가량 올라가면 선암마을의 풍광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굽어 흐르는 강줄기가 마치 삼면이 바다로 감싸인 한반도 지형과 영락 없이 닮아있다. 한반도 지형의 무량한 기백이 들이치는 전형적인 물돌이의 지형은 신이 자연의 이름으로 수억 년의 시간 동안 공들여 빚어낸 천연의 조형미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모습은 삼면이 바다인 전형적 반도의 형태이다. 동고서저(東高西低) 경사까지 한반도를 닮은 특이한 구조의 절벽지형으로, 호미곶을 연상케 하듯 툭 삐져나온 꼬리까지 한반도의 지형을 그대로 닮았다.

 

발 아래로 시원한 여름의 강이 마을을 돌아나가는 모양이 아름답다. 지역 사람들은 서강이라 부르는 평창강(平昌江)이다. 서강은 오대산 남쪽에서 발원한 평창강과 태기산에서 발원한 주천강이 서면에서 합류하여 영월읍 남쪽 동강(東江)과 만나는 지점까지를 이른다. 영월의 옛 어른들은 동강을 암캉, 서강을 수캉이라 불렀다. 두 강 모두 영월의 힘찬 물줄기여서, 당당하고 힘이 넘치는 젊은 강이어서, 그 어우러짐에 암수를 구분하였을 것이다. 이 기백이 넘치는 물줄기가 영월의 산세를 북돋고 산과 산 사이를 굽이치며 흘러 넓고 기름진 주천평야를 형성케 하고 삶을 윤택하게 하였다. 선암마을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뗏목 타는 것이 재미를 더한다. 마을에서는 예전 뗏목 모양의 서강 탐사선을 운행하며 한반도 지형 답사 등 지역 특성을 살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뗏목은 마을을 휘돌아가는 강을 한 바퀴 오르내린다. 한반도 지형의 남해안을 출발해 서해안까지 1㎞ 구간을 왕복하는 구간이다. 2009년 뗏목체험을 선보인 이후, 외국인 관광객과 가족단위 체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삿갓 마을에서 즐기는 여름의 강
 

서강변에 자리한 또 하나의 명소인 ‘선돌’도 돌아본다. 영월의 관문격인 소나기재 인근에 위치한 선돌은 70m 높이의 큰 바위로 일명 신선암으로도 불리는 기암이다. 두 갈래로 우뚝 솟아 있는 선돌 사이로 보이는 서강의 물줄기가 남쪽 동강의 어우러짐을 위해 힘차게 흘러 나아간다. 동강이 가장 아름다운 때가 바로 비가 내린 후에 물이 부풀어 오르는 때이다. 여름 동강은 자연의 축복으로 가득한데, 웬만한 바다와 견주어도 그 힘찬 기운과 재미가 뒤지지 않는다. 여름비가 한참 쏟아져 내려 산줄기를 지쳐 내려오면 동강의 물줄기는 힘의 세기가 최고조에 이르는데, 이때가 바로 절정이다. 이즈음 날이 가물어 강바닥을 드러날 만큼 얕아졌지만, 한번이라도 이 강에 몸을 담궈 본 사람이라면 여름 동강을 잊을 수가 없다. 특히 이곳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어른들은 매일 매일 강물의 질감이 다르다고 말한다.

 

어느 때는 어머니의 품처럼 따스하고 누이의 젖살처럼 부드러워, 그 때면 몸을 감싸주는 물길이 아늑하여 물놀이를 즐기기 좋고, 또 강물이 불어나면 마치 성난 소처럼 우악스러워져 거칠게 앞으로 몸을 밀쳐내었다고도 전한다.

 

영월 동강 래프팅(사진=이강)
 

동강의 물줄기는 그만큼 거세며 힘찬데, 앞으로 진행하는 모양을 보고 사행천(巳行川)이라 한다. 산간의 절벽지형을 굽이치며 흘러내리는 모냥이 뱀이 기어가는 모양과 같기 때문이다.

 

때문에 예부터 강원도에서 벌목한 땔감을 실은 뗏목들이 서강과 동강의 물길을 타고 남으로 남으로 나아가 서울의 강나루까지 이르렀다. 특히 흥선대원군이 임진왜란으로 불탄 경복궁을 다시 세우기 위해 동강 상류지역의 소나무를 모두 한양으로 실어 나를 때에는 동강을 따라 뗏목이 장관을 이루었다. 이후에도 동강은 1960년대까지 서울로 땔감과 목재를 실은 뗏목들이 줄지어 강을 흘렀다. ‘뗏목의 강’이라고 부르던 연유이다. 훠어이 훠어이 허아. 옛 뗏목꾼들의 노 젓는 소리가 들리는 여름강에 이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동강은 전국 제1의 래프팅 코스로 알려진 곳으로 높은 하늘 아래 출렁이는 강을 타고 내달리는 래프팅은 여름 동강이 제 격이다. 특히 마을주민들이 직접 레포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그 이야기와 프로그램이 알차고 재미가 있어 더욱 인기가 높다.

 

“바람이 살살 부는 날이면 물이 몸에 찰싹 달라붙지. 물이 착착 감기면 저절로 물에 몸이 뜨게 되는데. 두 손으로 물을 움켜쥐 듯 잡아당기면, 그때부터 몸이 앞으로 나아가지. 강바닥에 발이 닿지 않아도 놀랠 것 없어. 깜짝 놀란 날이면, 다음 날이면 키가 한 뼘씩 자라기도 하니까”

 

 

이강 뉴스토마토 여행문화전문위원

원문: 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