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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됐다. 청와대 발(發) ‘유승민 사태’가 일단락되자 이번에는 여야 모두 분당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여의도 정가가 뒤숭숭하다.
야권에선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한 중도개혁신당이 출범할 예정이며,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친노(친노무현)계에 대한 반발로 구민주계 출신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 ‘유승민 사태’ 이후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간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비박, 특히 친이(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의원들의 집단 탈당 가능성이 회자되고 있다.
분당과 함께 여야 간 합종연횡 가능성도 나온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신당의 출범이다. 일각에선 새누리와 새정치연합의 교집합이 중도신당을 통해 이뤄질 것이란 관측까지 나돈다.
여기에 천정배 의원과 구민주계가 손잡을 수 있다는 분석 등이 제기되면서 분당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가 백가쟁명식으로 거론되고 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사진=천정배 의원 홈페이지) |
신당의 상수는 단연 ‘천정배’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것 또한 천정배 발 야권 재편이다. 천 의원은 호남을 교두보 삼아 전국정당 출범을 꾀하고 있다. 실제 경기 안산에서 내리 4선을 한 그의 영향력은 호남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수도권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천 의원은 최근 수도권 의원 5명과 접촉해 ‘신당을 창당할 경우 동참해줄 수 있냐’는 취지의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회동을 갖는 등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새누리당 텃밭인 경남도지사에 무소속으로 도전해 당선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전국정당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천 의원은 그간 신당 창당과 관련해 “전국적 개혁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아울러 10월 재보선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후보를 내겠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천정배 신당’은 진보 진영에만 국한돼 있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천 의원은 “개혁 의지만 확고하다면 얼마든지 보수 세력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문호를 열어뒀다.
실제 ‘천정배 신당’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천 의원은 좌우 이념보다는 법률가적인 상식과 합리적 사고를 지닌 쪽에 가깝다”며 “그런 점에서 개혁적인 보수와도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여의도 부근 영등포구 당산동에 사무실을 마련한 천 의원 측은 염동열, 이철, 채일병, 유원일 등 전직 의원들이 ‘천정배 신당’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들을 중심으로 10월 재보선에 대비한 ‘신당추진위원회’가 9월 이전 구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무소속 연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어쨌든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의 시계추는 더욱더 빨라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사진=새정치연합) |
◇새정치연합 ‘분당’ 초읽기…집단 탈당
친노-비노 간 계파갈등이 불거진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분당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박주선 의원 등 일부 구민주계를 중심으로 탈당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김동철 의원은 ‘비노연합 신당창당’ 추진 의사까지 밝힌 상태다.
비노계 대표격인 박지원 의원 역시 “몇 개 그룹이 신당을 준비하고 있다”며 “크건 작건 분당이 되는 것은 상수”라고 말했다. 그만큼 분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 전·현직 당직자 출신들로 구성된 ‘국민희망시대’가 9일 탈당을 선언했다. 국민희망시대 정진우 회장 등 전·현직 당원 50여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야권 재편을 위해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탈당계에 서명한 인사는 모두 100여명에 이른다.
‘김상곤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을 두고 계파 대립이 격해지는 등 여진은 계속되고 있어 호남 인사들의 추가 탈당 가능성도 현재로선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일각에선 국민희망시대 탈당으로 신당 창당 논의에 속도가 붙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반(反)문재인’ 정서가 팽배한 호남을 중심으로 지역정당의 태동 여건이 마련되고 있어 호남정당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당내 분당 및 탈당설의 진원지는 모두 호남 중심의 구민주계 세력을 주축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앞서 언급한 ‘천정배 신당’과는 결이 다른 셈이다.
△새정치연합 정대철 상임고문(사진=MBN뉴스 캡처) |
◇‘천정배+구민주계’ 연대 가능성
천정배 의원과 새정치연합 탈당파들의 연대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일각에선 천 의원과 대표적 탈당 주도세력인 박주선 의원이 손을 맞잡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를 극구 부인했다.
천 의원과 박 의원 측 관계자는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서로 교감하는 부분이 없다”며 이러한 설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양당에 맞서 ‘신당’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자칫 군소정당에 머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전당에 대한 로드맵을 구상 중인 천 의원 측은 호남 의원들의 유입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그렇게 되면 ‘갈라치기’에 대한 비판은 물론 ‘제2의 새정치연합’이란 비아냥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두 사람이 회동을 갖고 ‘전국정당’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 간 연대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커버리지>와 만난 한 야권 관계자는 이에 대한 물음에 “정치는 생물 아니냐”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신당 창당과 관련해 정대철 상임고문의 역할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정 고문은 현재 천 의원과 새정치연합 탈당 세력 간 가교역할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냉면 회동’을 갖고 신당 창당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정 고문은 이후 당내 대표적 신당 추진세력인 이른바 ‘5인방’(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정균환 전 의원, 박광태 전 광주시장)과 만나 개혁신당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정대철 고문과 박주선 의원은 지난해 10월부터 ‘국민희망시대’가 주최한 ‘호남정치 복원’ 관련 강연회에 줄곧 연사로 참석한 바 있다. 여기에 국민희망시대 정진우 회장은 4·29재보선 당시 천 의원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 천 의원을 둘러싸고 여러모로 이들 간 교집합이 형성되는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천 의원은 새정치연합 탈당파들과의 연대에 대해 “서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상대방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탈당한 정동영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내년 총선에 정 전 의원이 전주 덕진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만약 두 사람이 연대할 경우 광주·전남은 천 의원이, 전북은 정 전 의원이 각각 진지를 구축함으로써 새정치연합에 적잖은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양측 모두 아직은 극도로 신중한 모습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 의원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전 의원이 온건한 진보 쪽으로 생각을 바꾸면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밝혀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친이(친이명박)계 수장격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사진=이재오 의원 홈페이지) |
◇친이계 탈당과 여야 중도신당
새정치연합과 더불어 새누리당의 분당 가능성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이 탈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현 양당(새누리-새정치연합)에서 4당이 경쟁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나돌고 있다.
<커버리지>와 만난 정치권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에 대해 “내년 총선에서 비박계는 살려두되, 친이계는 공천학살을 당할 것이란 일종의 시그널로 판단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친박)과 김무성 대표 간 암묵적 합의로 보여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천학살이 이뤄지기 전 친이계의 탈당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고 전망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공천을 두고 갈등이 생긴다면 새누리당을 탈당한 (친이계) 의원들이 일종의 작은 정당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수도권 출신 비박 개혁성향 의원들과 수도권 혹은 호남의 비노 일부 인사들은 진영논리에 염증을 느끼는 공통된 성향이 있다”며 “제3당 출현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덧붙였다. 여야 간 합종연횡을 말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정당을 꾀하고 있는 천 의원은 좌우를 넘나든 전방위적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 인물로 개혁 보수인 새누리당 출신 김성식, 정태근 전 의원이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지낸 김 전 의원은 새정치연합 김부겸·정장선·김영춘 전 의원 등과 함께 정치 현안에 대한 논의 모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새누리당 탈당파들이 천 의원과 함께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천정배 신당’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유승민 의원이나 김성식 전 의원 등은 충분히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분들”이라며 “새누리당도 분당 얘기가 나오는데, 개혁적 인물로 평가받는 분들은 함께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천 의원도 “건전한 보수와 함께 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지난 9일에는 “사퇴한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만약, 그렇게 되면 야권을 넘어 정치권 전체의 지각변동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정치적 뿌리가 다른 이들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아직은 이상론에 가깝다. 이 때문에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실제 천 의원은 유승민 의원 관련 발언 하루 만에 “여당 측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싸움으로 치면 적이다. 우리가 정권을 찾아와야 할 상대방”이라며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새정치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사진= 손학규 상임고문 홈페이지) |
◇‘천정배 신당’, 그리고 손학규의 선택
‘천정배 신당’이 면모를 갖출 경우 새정치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의 선택도 초미의 관심사다. 만약, 손 고문이 합류할 시 전국정당으로써의 ‘천정배 신당’에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 고문은 현재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전남 강진의 한 토굴에 칩거 중이다. 하지만 토굴집에는 여전히 그의 지지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여기에 손 고문 역시도 “곰팡이처럼 피어나는 정치욕심을 산 생활로 닦아내고 또 닦아낸다”며 정치복귀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65세였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70대 초반이었다. 현재 69세(만67세)인 손 고문에게 19대 대선 외에는 기회가 없다. 선택 시한이 그리 길게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손 고문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문재인 대표 체제가 완고한 새정치연합은 손 고문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결과적으로 그가 정계복귀를 선언한다면 ‘천정배 신당’을 통해 대권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천정배 신당’의 성공여부에 달려있다.
앞서간 얘기지만, ‘천정배 신당’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손 고문 합류도 가능하며, 그렇게 되면 2017년 대권을 놓고 ‘천정배 신당’의 손학규(내부 경쟁 뒤)와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간 대결 시나리오(대선 전 양측이 합당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를 그려볼 수도 있다.
친노 세력에 매번 무릎을 꿇은 손 고문이 ‘천정배 신당’을 통해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야권의 적자’가 가려질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고려대학교 지속발전연구소 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친박, 비박, 친노, 비노 등 4당 체제로 재편돼 내년 총선을 치르자고 언급한 뒤 “신(新) 4당 체제가 되면 총선 구도가 새로운 1987년 체제로 회귀하면서 대선 구도의 변화도 예측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1987년 13대 대선이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분열로 패했다면, 2017년 대선은 지금까지의 학습효과가 큰 만큼 야권 단일후보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지 않고선 전패임을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천 의원은 현재 신당 창당에 매우 신중한 모습이다. 자신의 밑그림을 조금씩, 그리고 아주 천천히 그려나가고 있다. 아직은 태동 이전 단계인 ‘천정배 신당’, 정치권은 그의 도전이 한낱 정치실험으로 끝날지, 아니면 한국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커버리지 정찬대 기자(presss@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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