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현 “퇴직 전 영향력 이용해 퇴직 후 자리 알아본 것 아닌가” 의심
최근 10년간 산업통산자원부 퇴직 관료들의 산하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이하 소관기관)으로의 재취업이 무려 159건에 달했고, 이들 중 약 절반이 퇴직 3일 내 재취업하는 등 고위급 관료들이 퇴직 전 산하기관에 자리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은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올 해(2015년 6월말 기준)까지 10년간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등의 소위 알짜자리에 무려 159명의 산업부 퇴직 관료가 재취업했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이들 산업부 퇴직자들의 소관기관 재취업은 단지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라면서 “재취업까지의 기간이 극히 짧을 것을 통해 봤을 때 퇴직 전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소관기관에 퇴직 후 자리를 알아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의원실 측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소관기관에 재취업한 산업부 퇴직공무원 159명 중 취업일이 파악되는 158명 기준(산업기술재단 재취업자 1명은 법인 청산으로 파악 불가), 약 4분의 3에 달하는 118명(74.7%)이 퇴직 한 달 내 산업부 소관기관에 재취업했다. 또 절반에 가까운 74명(46.8%)이 3일 내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고, 퇴직 당일에 재취업한 경우도 10명, 퇴직 바로 다음날에 재취업한 경우도 26건이나 발견됐다.
여기에 159명의 재취업자 가운데 공공기관에 재취업한 이들의 첫 해 연봉을 분석한 결과, 상위 10명의 평균 연봉은 1억 6210만원에 달했다.
연봉 1위는 2006년 산업부 차관에서 퇴직해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2억 7200만원을 받은 조환익 현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기록했다. 2위는 2008년 산업부 기술표준원장에서 퇴직해 한국표준협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1억 8500만원의 연봉을 받은 최갑홍 현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장이다. 3위는 지난해 산업부 차관에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KOTRA)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1억 7873만원을 받은 김재홍 현 코트라 사장이다.
다만 코트라 측에선 “김재홍 사장은 올해 1월 취임해 아직 정확한 연봉이 산출되지 않았다”면서 “1억 7873만원을 수령한 것은 전임 오영호 사장이었고, 그것도 기획재정부 경영평가에서 코트라가 우수등급을 받아 그 인센티브가 포함된 금액”이라며 사실관계 정정을 요청했다.
통상 공공기관보다 민간 유관기관의 임금이 훨씬 더 고액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59명 모두의 평균연봉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 의원은 “고위관료 퇴직자들이 왜 그렇게 ‘관피아(官+마피아)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소관기관으로 재취업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백재현 의원은 “소위 산(産)피아는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과 유관기관의 수가 많아 그 상대량이 다른 관피아들을 압도한다”면서 “많은 공무원들이 그 많은 유관기관을 ‘퇴직 후 내 자리’라고 생각한다면 공정한 관리감독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피아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된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소관기관 재취업자가 예년보다 대폭 감소했다는 점을 볼 때, 이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개선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는 퇴직공무원의 소관기관 재취업이 산하기관과 이익단체의 로비창구로 잘못 이용되지 않도록 고위공무원이 재취업한 기관일수록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문: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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