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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저금리 정책은 지난 3월 사상 최초로 연 1%(1.75%)대 금리시대를 연데 이어, 6월에는 역대 최저치인 1.5%까지 인하됐다. 가계부채 인상 등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업투자 유도’ 및 ‘경제활성화’ 명목으로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정부의 경제정책은 초라한 성적표를 거두고 있다.
여기에 저금리 정책에 따른 부작용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장기불황에 따른 기업투자는 줄고, 일관되지 않은 부동산 정책으로 서민들의 아우성은 극에 달했다. 더욱이 앞으로 있을 미국발(發)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파가 얼마나 클지 가늠조차 어려운 상태다. <편집자 주>
美 서브프라임 부실사태로 본 부동산 버블
한국경제는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의 모습과 상당부분 닮아있다.
가계부채는 사상최대 규모인 1천100조원을 육박해 GDP(국내총생산) 대비 87%를 넘어섰고,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계대출 증가분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사태 당시 미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보다 높은 수준의 부채를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통해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도 쉽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부동산시장 활성화로 집값은 상승했고, 사람들은 주택상승분 만큼 추가대출을 받아 모기지 이자를 내고, 일부는 가계비로 지출했다. 당연히 소비지표는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2004년 미국의 저금리정책이 종료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 거래량은 줄어들었고, 거품은 순식간에 빠졌다. 대출금을 갚지 못한 이들은 빚더미에 올랐고, 돈을 빌려준 금융사와 증권사도 대출금 미회수로 연쇄 파산이 발생했다. 악재는 도미노처럼 번졌고, 이는 세계 금융위기의 단초가 됐다.
한국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빚내서 집사라’고 부추긴 정부 정책 탓에 한동안 잠잠했던 부동산 시장은 들썩였다.
실제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매매 거래량은 61만79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0%가 늘었다. 여기에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28주째 오름세를 보면서 매매가도 상승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띄우고 있는 것은 모두 ‘빚’이다.
경제상황은 다르지만 부동산 폭락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부도사태는 1990년대 일본의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80년대 달러 안정화를 위해 엔화는 평가절상 됐고, 수출업체의 엄청난 손해와 내수침체를 불러온다.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기 위한 고안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금리인하책이었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안전한 투자처인 부동산에 돈이 몰렸고,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쏟았다. 허나 부동산 거품은 빠르게 폭락했고, 곳곳에서 부도사태가 발생한다. 일본은 이를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르며, 후폭풍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지난 7월22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두고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선제조치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부동산 거품의 ‘마지막 끝물’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출완화의 마지막 티켓 구매를 서두를 것을 제안한다. 이 때문일까? 부동산 실거래자들의 발길은 앞으로 있을 여러 리스크에도 좀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진출처=SK증권 |
부채의 질, 정말 관리 가능한 수준일까?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된다. 더욱이 저금리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올 하반기 예상되는 글로벌 금리인상에 보조를 맞출 경우 천정부지로 쏟은 가계부채는 또 다시 ‘이자폭탄’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서민은 이중, 삼중고를 치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앞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사태가 이를 잘 말해준다.
가계부채에 대한 계속된 경고음에도 정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제2금융권 이용률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대출자들의 부채 상환 능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부채의 양만큼이나 질 역시 나쁘다는 얘기다.
더욱이 고소득층 채무자 중에는 여러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이가 적지 않다. 집을 담보로 집을 사고, 대출 한도가 차면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식이다. 그렇다보니 내외부적 충격에 쉽게 영향을 받게 된다.
지금과 같은 경우에는 상환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현상 유지가 가능하지만, 금리가 인상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높은 이자에 대한 부담은 물론 주택 가격 급락으로 가계부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가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금융기업을 제외한 국내 상장기업 628개의 이자보상배율과 차입금, 에비타(EBITA, 이자비용·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배율에 따른 위험도를 측정한 결과 4곳 중 1곳은 금리인상 시 부채상환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연쇄부도 역시 가능하다는 뜻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 부도에 따른 대량해고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TV 뉴스캡처 |
美 고용지표 개선…힘 받는 ‘9월 금리인상’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일각에선 올 하반기부터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돼 2018년까지 3.75%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금리인상 폭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2~3년 후 가계부채의 문제점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르면 다음 달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면서 외환시장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대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5일(현지시각) 98.128을 기록해 석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기대감으로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도 한 달 새 39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던 외환보유액이 한풀 꺾이면서 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 7일(현지시각)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 결과 역시 금리인상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는 21만5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달 실업률은 5.3%로 지난 2008년 4월 이후 7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고용지표가 꾸준히 개선되면서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더 탄력을 받고 있다.
주요 외신들도 금리인상을 점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6일(현지시각) “미국의 7월과 8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각각 20만 명을 넘으면 9월 금리인상이 유력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에 앞선 지난 5월 재닛 옐런 연준 의장도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어 올해 한차례 이상 금리인상 가능성이 예고돼 왔다.
△사진=SBS뉴스 캡처 |
원-달러 환율과 내수 경제의 변화
미국의 금리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달러가치의 상승과 통화가치의 하락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 외환시장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환율이 올라가면 원화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최근 급격한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데니스 록하트 연은 총재가 ‘9월 금리인상’ 지지발언을 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8원 이상 급등했다. 실제 지난 5월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8.1원 오른 1173.6원에 장을 마감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원-달러 환율 상승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기업은 유리해진다. 다만,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재가격의 상승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원가부담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원자재가격에 따른 물가상승, 그리고 이로 인한 내수침체 등은 또 다른 악재를 불러올 수 있다. 한국경제가 도미노처럼 쓰러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당분간 저금리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금리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국내 증시의 자금유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가 마냥 저금리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2004년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한 바 있지만,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서 2005년 12월 금리인상을 시작했다. 당장은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금리인상은 시간의 문제라는 얘기다. 더욱이 현 경제 상황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인상 시기가 더욱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커버리지 정찬대 기자(press@coverag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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