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쇄신·국민대통합, 되레 ‘후퇴’…경제민주화도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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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 약속한 중앙 공약 201개 가운데 이행을 완료했거나 이행 중인 것은 97개(48.2%)다. 이 가운데 이행 완료 공약은 5개(2.5%)다.
이는 취재팀이 지난해 2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낸 ‘집권 3년차 박근혜 대통령 대선공약 이행률’ 결과표를 토대로, 지난 1년간 정부가 낸 각종 자료들을 더해 도출했다.
평가 대상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발간한 정책 공약집 <제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정책 공약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에 수록된 중앙 공약 201개다. 공약대로 제대로 이행됐으면 ‘이행 완료’, 공약에 맞게끔 이행되고 있으면 ‘이행 중’, 공약이 지켜지지 않거나 애초 공약보다 미흡하게 이행되고 있는 경우 또는 아예 폐기됐으면 ‘미이행’으로 분류했다.
박 대통령의 중앙 공약은 경제민주화(5개), 힘찬경제(17개), 행복한 일자리(17개), 편안한 삶(14개), 장애인(10개), 행복주거(6개), 행복교육(25개), 안전한 사회(6개), 행복한 여성(17개), 창의산업(5개), 정보통신(7개), 행복한 농어촌(15개), 지속가능국가(14개), 문화가 있는 삶(13개), 정부개혁(8개), 외교·통일(7개), 국방(5개), 국민대통합(2개), 정치쇄신(4개), 검찰개혁(개) 등 20개 분야에 걸쳐 망라돼 있다.
공약별 이행률은 정치쇄신과 국민대통합이 0%였다. 공약 자체가 모두 미이행 상태였다. 행복 주거는 17%, 경제민주화와 창의산업도 각각 20%로 이행률이 낮았다. 반면 편안한 삶(79%), 문화가 있는 삶(77%), 힘찬 경제(76%) 등은 상대적으로 이행률이 높았다.
사진/뉴스토마토
대선 당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은 경제민주화와 국민대통합이었다. 그러나 임기 3년 동안 핵심 공약 두 분야는 가장 이행률이 낮은 공약에 이름을 올렸다. 경제민주화의 경우 규체 철폐로 이름을 바꿔 달았으며, 국민대통합은 국정교과서 추진, 위안부 합의 등 각종 논란 끝에 사회적 분열만 깊게 했다.
경제민주화 공약 중 중소기업 적합업종 실효성 보완과 대형마트 입점 금지 관련 내용을 담은 ‘경제적 약자의 권익 보호’는 관련 법안이 정비되고 있었지만, ‘공정거래 관련법의 집행체계 개선’이나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 도입’ 등은 성과가 없었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공약 중 ‘독립성 강화를 전제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 공약은 지난해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보여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배임적 행동과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둘러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의 알력 다툼 탓에 미이행 공약으로 분류됐다.
국민대통합 공약인 ‘부마 민주항쟁 명예회복’과 ‘긴급조치 피해자 명예회복’도 미이행이다. 박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반쪽이 아니라 100% 대한민국을 위해,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 미래를 위한 디딤돌을 마련하자”고 강조했으나 새누리당은 긴급조치 판결 원천 무효화보다는 피해자에 대한 보상만을 주장하고 있으며, ‘장준하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법률’ 마련의 경우 아예 부정적이다.
주거 공약도 마찬가지다.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를 구제하겠다며 보유주택 지분매각제, 주택연금 사전가입제, 목돈 안드는 전세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공약의 적절성 자체가 문제가 되면서 공약이 폐기됐다. 철도부지 상부에 인공지대를 만들고 주택을 조성하는 행복 프로젝트 역시 2013년 1만호 계획이 2000호로 축소되는 등 사업 추진이 불확실하다.
창의산업 공약 역시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창조경제 구현과 맞물렸음에도 세부 공약 중 ‘창조경제를 견인할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만 이행 완료됐고, ‘국가 연구개발 투자 2017년 5%까지 확대’, ‘창의적 국가 연구개발 혁신시스템 재정립’, ‘과학기술인의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과 복지 향상’, ‘국민행복 기술과 브레인웨어 융합신기술로 창조산업 육성’ 등은 구호에만 그쳤다.
말로만 그친 공약으로는 정치쇄신과 정부개혁도 있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위한 정당 개혁’, ‘일하는 국회, 공정한 국회를 위한 국회 개혁’,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국정 운영’,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정부’ 등을 내세웠지만 불통 대통령과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한 여당이 정치개혁을 무위로 돌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매년 세계 167개국의 민주주의 상태를 조사해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2014년 21위를 기록, 2010년 20위보다 순위가 내려 앉았고, 세부항목 가운데 시민의 자유 부문은 8.82점에서 8.53점으로 하락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집계하는 언론자유지수 역시 2010년 42위에서 지난해 60위까지 18계단 낮아졌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한 행복한 일자리 공약은 17개의 세부 공약을 담고 있었지만 ‘대한민국 청년이 세계를 움직이는 K-Move’와 ‘대규모 정리해고시 고용 재난지역 선포’만 이행 완료된 공약으로 분류됐다.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 사회 구현’, ‘정년연장 및 중장년층 교육훈련 확대’, ‘청년창업 활성화’ 등은 이행 중에 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공약은 모두 미이행이다.
특히 ‘상시·지속적 업무 정규직 고용관행 정착’, ‘경기변동에 대비한 고용안정 및 정리해고 요건 강화’, ‘국민행복 기술로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은 ‘쉬운 해고’에 방점이 찍힌 노동법 개정안 논란에서 보듯 공약과는 반대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 사회보험 적용 확대’의 경우 공약집에 “월 130만원 미만 비정규직 근로자에 고용보험·국민연금 보험료를 100% 지원해 사회보험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구체적으로 공언됐으나 정부와 여당이 적용 대상과 범위 등을 축소한 끝에 지난해 월 140만원 근로자가 보험료 50%만 지원 받는 것으로 정리됐다. 2014년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38.4%로, 정규직 근로자의 가입률(82.1%) 절반도 안 된다.
정보통신(43%), 행복한 농어촌(40%), 국방(40%), 장애인(30%), 외교·통일(29%) 등도 공약별 이행률이 50%를 넘지 못했다.
정보통신 공약에서 ‘정보·미디어 전담조직 신설 적극 검토’는 미래창조과학부 신설로 공약을 이행했으나 ‘방송의 공공성 강화 및 미디어 산업의 핵심으로 육성’과 ‘인터넷 표현의 자유 증진’은 공영방송에 대한 탄압 및 공공성 훼손과 5인 이하 인터넷 언론 자격 취소 등이 추진되고 있는 점을 반영, 미이행 공약으로 구분됐다.
‘행복한 농어촌’ 공약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서둘러 추진하는 한편 2014년 7월 쌀 시장 개방 등으로 농가에 불안을 유발한 점 탓에 미이행 공약으로 분류했다. 장애인 공약 역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장애인 등급제 폐지 및 개선’, ‘한국수화언어기본법 제정 및 농교육 환경개선’, ‘장애인 이동권 보장 및 장애인 정보격차 해소’ 등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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