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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독도연구소, 日 사학자 기증 ‘독도 고지도’ 2년째 방치

[단독] 독도연구소, 日 사학자 기증 ‘독도 고지도’ 2년째 방치

연구소 관계자 “우선은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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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2월24일 독도연구소에서 진행된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 기증 및 보고회. 좌측 끝에 지도를 기증한 사토 쇼진 ‘해남도(海南島) 근현대사 연구회’ 회장이 있고, 그 옆에 고(故)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자리하고 있다.(사진=사토 쇼진 제공)

 

2014년 2월 일본의 한 역사학자가 한국 정부출연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에 기증한 독도 관련 고지도(古地圖)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채 자료실에 2년간 방치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특히, 해당 지도는 독도와 울릉도가 한국 영토임을 밝혀줄 중요 자료인데다, 그간 국내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연도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지도의 존재 여부와 관련해 독도연구소 측은 뒤늦은 상황파악에 나섰다.

 

‘해남도(海南島) 근현대사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일본인 역사학자 사토 쇼진(佐藤 正人·73세) 씨는 지난 2일 <커버리지>와 만난 자리에서 2014년 2월24일 두 점의 고지도를 한국 정부기관에 기증했다고 밝혔다.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改正日本輿地路程全圖·1791년 제2판)」와 「일로문한신진도(日露満韓新地図·1904년)」가 그것이다. 1791년 제작된 「일본여지노정전도」는 국내 학계에서 희소성을 인정받는 지도다.

 

 

△사토 쇼진 씨가 2014년 2월 독도연구소에 기증한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의 원판 모습. 좌측 상단에 울릉도와 독도가 위치해 있다.(사진=독도연구소 제공)

 

일본 유학자가 인정한 독도의 한국령

 

일본 유학자 나가쿠보 세키스이(1717년~1801년)가 제작한 「일본여지노정전도」는 1774년 출판된 이후 수차례 재개정됐으며, 1779년 위 지도를 수정한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 초판이 발간됐다. 이후 1791년 제2판이 출판됐으며, 1811년 나가쿠보 세키스이 사후 뒤 제3판이 나왔다.

 

당초 초판과 2판에는 죽도(울릉도)와 송도(독도)를 조선과 마찬가지로 무채색으로 표시했다. 일본 영토를 여러 색으로 채색한 것과는 비교된다. 특히, 일본 열도에 그어진 경·위도선 밖에 독도를 위치했다는 점에서 이를 확실히 분리시켰다. 이는 나가쿠보 세키스이가 지도를 제작할 당시 울릉도와 독도의 존재여부는 물론 이를 조선 영토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하지만 1846년 그가 사망한 뒤 제작된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 제6판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오키섬과 마찬가지로 노란색으로 착색돼 있다. 일본 외무성은 이를 근거로 독도가 일본 영토임을 주장하고 있다. 나가쿠보 세키스이가 생전 제작한 지도는 언급하지 않은 채 사후에 출판된 지도를 근거로 다케시마(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독도연구소 측에서 2012년 구입했다고 밝힌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의 원판 모습.(사진=독도연구소 제공)

 

연구소 측 “모른다”고 했다가 “찾아보니…”

 

사토 씨가 기증한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 제2판(1791년)은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국내 한 연구자는 “다른 년도에 제작된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는 알고 있지만, 1791년에 제작된 2판 지도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독도연구소 한 관계자도 “(2판에 대한) 학계 논문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생소하다는 얘기다.

 

지도를 기증한 사토 씨는 “한국의 공적 연구기관에 해당 지도의 소유 여뷰를 확인했고, 독도연구소도 관련 지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회신을 줬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증에 앞서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께 이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타계한 고(故) 박성수 교수는 세계환단학회 회장을 역임한 원로 민족사학자다.

 

독도연구소 측은 그러나 “해당 지도는 여러 차례에 걸쳐 제작돼 이미 비슷한 지도가 있고, 특히 2012년 연구소 측에서 구입한 제2판 지도가 자료실에 보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전혀 없는 지도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다만 “전시회나 책자 등을 통해 소개는 됐지만, 외부 언론에 지도가 직접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아 사람들이 모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연구소 측 또 다른 관계자는 기증된 고지도와 관련한 취재진의 물음에 “내부 자료라서 아직 공개가 안 된다. 우선은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비공개 자료’임을 확인해줬다.

 

현재 독도연구소 고지도 검색서비스를 통해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1791년 제2판)을 검색하면 해당 지도의 설명과 함께 소장처가 일본으로 나온다. 연구소 관계자는 “홈페이지 업데이트가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구입했다면 벌써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사토 씨가 지도를 기증한 것도 2년이 지났다. 이에 대해선 “담당 직원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고 답변했다.

 

△독도연구소 고지도 검색서비스를 통해 나온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의 모습. 2012년 독도연구소 측에서 구입했다는 사진과 동일한 모습이다.(사진=독도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담당자 확인 없이 연구소장끼리 ‘古지도’ 전달?

 

기증 절차부터 자료 이관까지의 과정도 허술하게 처리됐다. 독도연구소 고지도 담당자는 “2014년 봄(2월)에 연구소장과 행정직원이 이를 받아 처리했다”며 “기증을 받았다는 얘기만 들었지, 당시에는 해당 지도를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8월25일 자료실 이관과 함께 (기증 관련) 문건을 보고받았다”고 전개 과정을 설명했다. 결국, 기증한지 몇 개월이 지나서야 해당 지도를 봤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2014년 3월 연구소장님이 새롭게 이취임해 당시 경향이 없었던 것 같다”며 “소장님끼리 지도가 전달돼 (내가 확인하는 데에는) 이미 시간이 좀 걸린 상태였다”고 했다. 고지도 전문가(담당자)의 확인도 없이 소장의 인수인계로 지도가 전달됐다는 얘기다.

 

당시 인수인계를 했던 독도연구소장은 전임 이훈 현 한림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와 후임인 홍성근(전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현 연구소장이다.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아주 새로운 지도였다면 소장님도 당연히 중요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며 “그게 아니라고 판단해 그렇게 처리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세종대학교 독도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호사카 유지 교수는 7일 <커버리지>와 통화에서 “일본여지노정전도는 여러 년도에 걸쳐 재발간됐다”며 “새롭게 판이 바뀐 것이 아닌 이전의 지도와 내용 면에서 같다면 그렇게 주목받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그러나 “독도와 울릉도가 조선 영토의 근거가 되는 매우 중요한 지도라는 점에서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커버리지 정찬대 기자(press@covera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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